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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저널리스트 김형래의 홈페이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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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The official website of journalist Kim Hyeong-rae</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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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저널리스트 김형래의 홈페이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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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편집장 칼럼 #083] 쉰에 부모가 된다는 것, 기쁨 뒤에 남는 재정의 숙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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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Fri, 12 Jun 2026 23:00:10 +0000</pubDate>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category><![CDATA[편집장 칼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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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마흔을 넘겨 부모가 되는 사람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첫아이를 품에 안는 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전체 출산에서 40세 이상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trong>마흔을 넘겨 부모가 되는 사람들</strong></p>
<p>마흔을 넘긴 나이에 첫아이를 품에 안는 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전체 출산에서 40세 이상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2퍼센트에서 2025년 약 4.3퍼센트로 높아졌습니다. 첫아이를 낳는 어머니의 평균 연령 역시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기준 27.5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늦은 출산은 더 이상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한 사회의 인구 흐름을 보여주는 뚜렷한 추세가 되었습니다.</p>
<p>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6월 11일자 지면에서 늦깎이 부모가 된 미국의 네 가정을 직접 취재해, 그 기쁨의 이면에 자리한 재정적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본보는 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우리 시니어 독자께서 자녀 세대의 선택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핵심을 정리해 전해 드립니다.</p>
<p><strong>네 가정이 마주한 숫자의 현실</strong></p>
<p>텍사스에 사는 한 부부는 남편이 쉰 살 되던 해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부모가 된 첫해에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529 플랜)에 7만 5,000달러(약 1억 1,500만원)를 넣었지만, 정작 본인의 은퇴 준비는 뒤로 밀렸습니다. 건강 문제로 종신보험 가입이 어려워 100만 달러(약 15억 3,000만원) 보장에 월 3,000달러(약 460만원)라는 견적을 받은 끝에, 그는 자산이 쌓이지 않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30만 달러(약 4억 6,000만원) 보장의 정기보험(월 170달러, 약 26만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4년 뒤 62세에 사회보장연금을 신청해도 매달 받게 될 돈은 약 1,200달러(약 184만원)로, 주택 관련 세금과 보험료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p>
<p>시카고의 한 여성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정자를 보관해 두었다가, 40대 후반에 홀로 출산을 결심했습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난임 시술을 거듭한 끝에 지난겨울 딸을 얻기까지, 지난 10년간 그가 쓴 돈은 10만 달러(약 1억 5,300만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p>
<p>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은 다섯 아이를 둔 상태에서 임신 후기에 사산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장례 비용 5,000달러(약 765만원) 가운데 90퍼센트를, 같은 아픔을 겪은 비영리 단체가 지원해 주었습니다. 이 가정에 그 돈은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큰 액수였습니다.</p>
<p>펜실베이니아의 한 부부는 세 차례의 체외수정(IVF·In Vitro Fertilization)에 약 8만 달러(약 1억 2,200만원)를 들였습니다. 회사 복지로 3만 5,000달러(약 5,400만원)를 보장받았으나, 난임 보장을 의무화하지 않은 주(州)였던 탓에 나머지 4만 5,000달러(약 6,900만원)는 고스란히 본인들의 몫이 되었습니다.</p>
<p><strong>왜 늦은 출산은 재정적으로 더 무거운가</strong></p>
<p>시애틀의 한 재무 자문가는 인생의 모든 일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바로잡을 시간도 줄어든다고 짚었습니다. 이 한마디에 늦깎이 부모가 겪는 재정 부담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소득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와 자녀 양육기가 겹치고,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학자금을 모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며 늘어나는 의료비는 노후 자금을 갉아먹고, 건강 이력은 보험 가입의 문턱을 높입니다. 여기에 고령 임신에 흔히 동반되는 난임 시술과 난자·배아 보관 비용이 더해집니다.</p>
<p>다만 늦은 출산이 약점만 지닌 것은 아닙니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고령의 부모는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젊은 시절보다 더 큰 인내심과 경제적 안정을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에서도 고령 어머니의 자녀가 초기 발달 평가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확인되는데, 이는 부모가 갖춘 교육과 소득, 안정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경험에서 우러난 안정감은 분명한 강점입니다. 문제는 그 강점을 떠받칠 재정의 토대가 함께 마련되어 있느냐입니다.</p>
<p><strong>한국 사회에 던지는 물음</strong></p>
<p>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나라 사정이 아닙니다. 통계청 &#8216;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8217;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머니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8세, 첫아이를 낳는 평균 연령은 33.2세로 미국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낳은 아이의 비중은 전체의 37.3퍼센트에 이릅니다. 늦은 출산은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실이며, 앞서 본 미국 가정들의 재정적 고민은 머지않아 우리 자녀 세대가 마주할 풍경이기도 합니다.</p>
<p>저출생과 만혼이 굳어진 시대에, 늦깎이 부모의 노후와 자녀 양육이 한 시기에 포개지는 일은 점점 흔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네 가정이 한목소리로 남긴 교훈은 단순하고도 묵직합니다. 더 일찍, 더 많이 저축하라는 것입니다.</p>
<p>가정을 이루고 생명을 품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오래도록 떠받치는 힘은 따뜻한 마음만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합리적 준비에서 나옵니다. 경험과 안정이라는 시니어 세대의 강점은, 미리 셈하고 차근차근 대비하는 지혜와 만날 때 비로소 온전한 버팀목이 됩니다. 자녀 세대에게 우리가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은, 다름 아닌 그 준비의 지혜일 것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p>―――――――――――――――――</p>
<p>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6월 11일자(A10면, Personal Journal). 본문은 원문 보도의 사실관계를 요약·재구성한 것으로, 직접 인용을 피하고 우리말로 풀어 정리했습니다. 미국 통계 가운데 40세 이상 출산 비중(2025년 약 4.3퍼센트)은 NCHS 잠정 집계로, 확정 시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 통계는 통계청 &#8216;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8217;.를 참조했고, 환율은 2026년 6월 12일 원·달러 환율(1달러 약 1,530원)을 기준으로 환산했으며, 괄호 안 원화 금액은 읽기 편하도록 반올림한 근삿값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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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아침마다 지혜 #384] 비영리법인의 미래를 묻다 — &#8216;허가주의&#8217; 한 문장, 60여 년 만에 헌법의 시험대에 오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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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Fri, 12 Jun 2026 21:00:15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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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한국 7개월 대 아시아 평균 4개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북유럽·일본이 걸어온 길을 함께 살핍니다 좋은 일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정작 그 일을 시작하는 출발선에서 가장 높은 문턱을 마주합니다. 시민단체 하나를 법인으로 세우는 데]]></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3 class="subheading">한국 7개월 대 아시아 평균 4개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북유럽·일본이 걸어온 길을 함께 살핍니다</h3>
<p>좋은 일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정작 그 일을 시작하는 출발선에서 가장 높은 문턱을 마주합니다. 시민단체 하나를 법인으로 세우는 데 한국은 약 일곱 달이 걸리는데, 이는 아시아 17개국 평균인 넉 달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한국의 비영리 종사자들은 관련 법과 제도를 이해하고 따르기가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p>
<p>이 문턱의 뿌리는 1958년 제정된 우리 민법 제32조에 있습니다.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야 법인이 될 수 있다고 정한 이 한 문장이, 60여 년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채 2026년 들어 헌법재판소의 판단대에 올랐습니다. 마침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오는 6월 17일 서울 성수동에서 비영리 법인 설립의 미래를 주제로 공개 포럼을 엽니다. 아시아 17개국의 공익활동 환경을 비교한 국제 연구 두잉 굿 인덱스(Doing Good Index) 2026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제도가 서 있는 자리를 짚는 자리입니다.</p>
<p>먼저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단체가 법적 인격을 얻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데,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행정청의 재량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주의(許可主義), 법이 정한 요건만 갖추면 등기로 자동 인정되는 준칙주의(準則主義), 그리고 등기조차 필요 없는 자유설립주의(自由設立主義)입니다. 여기에 요건을 갖추면 행정청이 반드시 승인해야 하는 인가주의(認可主義)가 중간에 자리합니다.</p>
<p>한국 제도의 핵심은 바로 그 허가라는 두 글자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행정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로 보아 왔습니다. 어떤 요건을 갖추면 허가를 내주어야 하는지 법이 명확히 정해 두지 않은 탓에, 법인이 될 수 있는지가 사실상 담당 공무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목표로 활동해 온 한 단체가 2024년 설립 허가를 거부당했고, 서울행정법원은 2025년 12월 민법 제32조 자체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대형 법무법인 열두 곳의 변호사 예순여섯 명이 공익 대리인단으로 참여한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한 법학자는 비영리법인 설립에 허가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p>
<p>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가장 자유로운 쪽에는 북유럽이 있습니다. 스웨덴의 비영리 결사는 법인격을 얻기 위해 정부에 등록할 의무 자체가 없으며, 세 사람 이상이 모여 정관을 채택하고 이사회를 꾸리는 순간 결사로 인정됩니다. 프랑스는 1901년 결사법에 따라, 두 사람 이상이 모여 관청에 신고하기만 하면 법인격을 가진 결사가 됩니다.</p>
<p>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또 다른 공통점을 보입니다. 법인이 되는 일과 공익성을 인정받는 일을 분리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비영리단체를 세우는 일은 영리회사 설립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간단하지만, 기부금 세제 혜택을 받는 501(c)(3) 자격은 연방 국세청의 까다로운 심사를 따로 거쳐야 합니다. 신청 수수료만 600달러(약 89만 원)에 이르고 심사에도 수개월이 걸립니다. 진입 문턱을 낮춘 미국에는 약 180만 곳의 비영리단체가 활동하며, 이 부문이 고용하는 인원만 1,280만 명으로 제조업에 맞먹습니다. 독일 역시 관할 지방법원 등기소에 등기하면 법인격이 생기되, 세제 혜택과 직결되는 공익성은 세무서가 별도로 판단합니다. 등록 비용은 75유로(약 13만 원)에 불과합니다. 영국은 자선위원회라는 독립 기구가 등록과 감독을 한곳에서 맡아 비영리 부문을 일관되게 관할합니다.</p>
<p>특히 눈여겨볼 나라는 일본입니다. 같은 대륙법 전통에서 비슷한 민법으로 출발했지만, 일본은 2008년 공익법인 제도를 개혁하며 주무관청의 설립 허가주의를 폐지하고 준칙주의로 전환했습니다. 동시에 공익성 인정은 부처 공무원이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맡도록 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설립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재단에 평의원회를 의무화하는 등 운영의 책임성은 오히려 강화했다는 사실입니다.</p>
<p>이렇게 줄을 세워 보면 흐름이 분명해집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설립의 문은 객관적 요건만으로 폭넓게 열어 두되 공익성과 세제 혜택은 별도의 단계에서 엄격히 심사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고, 한국만이 설립 단계에서부터 행정청의 재량이 작동하는 허가주의의 한쪽 끝에 홀로 가까이 서 있습니다.</p>
<p>이 대목에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허가주의의 문제는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해서가 아니라, 그 판단이 예측하기 어려운 행정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데 있습니다.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행사되는 재량은 법치의 본령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설립의 문턱을 객관적 기준으로 바꾸는 일은 규제를 푸는 것이라기보다, 자의적 권한을 법의 틀 안으로 되돌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고 그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개정의 폭과 시기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p>
<p>그러면서도 한 가지 원칙은 굽힐 수 없습니다. 문을 넓힌다고 해서 책임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설립은 자유롭게 열되 평의원회와 재무 기준으로 운영의 건전성을 다잡은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방향도 설립은 더 자유롭게, 운영은 더 책임 있게라는 두 축의 균형입니다. 자유로운 진입과 투명한 감독은 맞바꿀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짝입니다. 무엇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일수록 돌봄과 복지, 지역 공동체를 떠받치는 비영리의 역할은 더욱 커집니다. 비영리법인이 더 쉽게 태어나고 더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제도는, 결국 우리 사회가 시니어 세대를 비롯한 이웃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 하는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p>
<p>끝으로 시니어 독자께 실용적인 당부를 덧붙입니다. 은퇴 이후 동호회나 봉사 모임, 작은 단체를 꾸리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단체를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비영리법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법인 설립과 공익단체 등록, 기부금 영수증 발급 자격은 절차가 각각 다릅니다. 또 어느 단체에 기부하실 때는 그곳이 공익법인으로 정식 등록되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인지 국세청 공시 자료 등으로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절차가 까다로운 사안일수록 혼자 판단하기보다 중간지원조직이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작은 모임에서 출발하더라도, 제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그 뜻을 오래도록 든든하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p>
<p>출처: 법률신문; 두잉 굿 인덱스(Doing Good Index) 2022·2026, 아름다운재단·CAPS;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더나은미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국 국세청(IRS); 미국 재단협의회; 영국 자선위원회; 프랑스 공공서비스; 독일 민법전; 노르웨이 브뢰뇌이순 등록소; 스웨덴 비영리 안내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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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83] 끊기 어렵게 설계된 가공식품, 그 뿌리에 담배 회사가 있었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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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Thu, 11 Jun 2026 21:00:54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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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자칩 한 봉지를 끝내 비우고, 탄산음료와 달콤한 과자에 자꾸 손이 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의지가 약한 탓이 아니라, 애초에 멈추기 어렵도록]]></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자칩 한 봉지를 끝내 비우고, 탄산음료와 달콤한 과자에 자꾸 손이 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의지가 약한 탓이 아니라, 애초에 멈추기 어렵도록 설계된 제품 때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더 뜻밖의 사실은 그 설계의 상당 부분이 한때 담배를 팔던 바로 그 회사들의 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p>
<p>미국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실린 의사 리아나 S. 웬(Leana S. Wen)의 기고문은, 미국 공중보건 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이 2026년 6월 3일 내놓은 특별 논문 묶음을 인용해 이 문제를 짚었습니다. 수십 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이 작업은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의 확산과 거대 담배 산업 사이에 분명한 연결선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p>
<p><strong>담배에서 식품으로 옮겨온 기술</strong></p>
<p>연구를 이끈 미국 캔자스 대학교의 중독 연구자 테라 파지노(Tera Fazzino) 부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담배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당시 최대 담배 기업이던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와 R.J. 레이놀즈(R.J. Reynolds)는 식품 산업으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두 회사는 크래프트(Kraft), 나비스코(Nabisco), 델몬테(Del Monte)와 같은 굵직한 브랜드를 잇따라 사들였고, 한때 식품 사업은 두 회사 자산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그 중심에 놓였습니다.</p>
<p>연구진이 과거 소송에서 공개된 100건이 넘는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담배를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식품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더 긴 담배를 팔기 위해 등장한 킹사이즈 개념은 대용량 음료와 과자로,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라이트·저지방 발상은 그대로 식품 광고로 이어졌습니다. 방대한 색소와 첨가물 자료를 갖추고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화학 조합을 정밀하게 찾아내던 기법까지 식품에 동원되었습니다.</p>
<p>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연구자들이 고기호성(hyper-palatable) 식품이라 부르는 제품입니다. 지방과 설탕, 나트륨에 여러 첨가물을 자연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조합으로 섞어,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게 설계한 식품을 가리킵니다. 짧고 강렬한 만족감이 빠르게 사라지도록 만들어 소비자가 더 많은 양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평생 가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어린 소비자를 일찍 사로잡는 전략 역시 식품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p>
<p><strong>식탁의 70퍼센트, 그러나 신중한 해석</strong></p>
<p>이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파지노 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기호성 식품은 현재 미국 식품 공급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이 수치는 연구진의 추정치입니다), 이는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 질환이 크게 늘어난 시기와 맞물립니다. 담배 회사들은 2000년대 들어 식품 사업에서 차례로 손을 뗐지만, 그들이 남긴 방식은 업계 전반의 표준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p>
<p>다만 연구진은 이 대목에서 신중한 태도를 지킵니다. 담배 회사들이 이를 의도했는지는 확보한 자료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공식품과 만성 질환의 관계는 인과를 확정하기보다 강한 연관성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연구진은 과거 담배 규제에서 효과를 본 방식, 곧 어린이를 겨냥한 광고를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붙이는 등의 방안을 식품에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언합니다.</p>
<p><strong>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strong></p>
<p>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식과 가공식품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당뇨와 고혈압, 비만처럼 식습관과 밀접한 만성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시니어에게는 무엇을 먹느냐가 곧 건강의 질을 좌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식품이 단순히 입맛에 맞는 수준을 넘어, 멈추기 어렵게 만들어진 제품일 수 있음을 알아 두는 것입니다. 알고 마주하는 것과 모르고 끌려다니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p>
<p>작은 습관만으로도 휘둘리는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 먹는 동안 머리는 더 원하는데 배는 이미 충분한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곧 멈출 수 있는 지점입니다. 제품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도 권해 드립니다. 지방과 당류, 나트륨이 동시에 높은 제품일수록 한번 손대면 멈추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끼니의 중심은 가능한 한 가공을 덜 거친 재료로 옮겨 보시기 바랍니다. 집에서 지은 밥과 국, 제철 채소와 과일이 가장 든든한 대안입니다. 완전히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비중을 조금씩 줄여 가자는 권유입니다. 만성 질환이 있으시다면 식단 조정은 주치의나 영양 전문가와 상의해 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p>
<p>좋은 식습관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한 끼 한 끼의 작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오늘 저녁상부터 한 가지만 바꾸어 보셔도 충분합니다.</p>
<p>출처: The Washington Post 2026년 6월 10일자 오피니언 면에 실린 리아나 S. 웬(Leana S. Wen)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특별 논문 묶음(2026년 6월 3일 게재), 미국 캔자스 대학교 테라 파지노 부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라 슈미트(Laura Schmidt) 교수의 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종합해 재구성하였습니다.</p>
<p>※ 본 칼럼은 원문을 직역하지 않고 내용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작성하였으며, 의학 관련 내용은 단정적 표현을 피하고 연관성 중심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만성 질환 관리와 식단 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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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82]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오래 기다린다는 역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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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Wed, 10 Jun 2026 21:00:52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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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영국 응급실 장기 대기와 연관된 사망이 10년 새 거의 열 배… 빠르게 늙어 가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병이 위중하여 응급실을 찾았는데, 정작 그 문턱에서 오래 기다리다 끝내 명을 달리하는]]></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영국 응급실 장기 대기와 연관된 사망이 10년 새 거의 열 배… 빠르게 늙어 가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p>
<p>병이 위중하여 응급실을 찾았는데, 정작 그 문턱에서 오래 기다리다 끝내 명을 달리하는 일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의료 선진국으로 꼽혀 온 영국에서 그러한 우려가 거듭 통계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나이 들어 가는 우리 사회에도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닙니다.</p>
<p><strong>10년 새 거의 열 배로</strong></p>
<p>영국 왕립응급의학회(Royal College of Emergency Medicine, RCEM)가 최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 응급실의 긴 대기와 연관된 것으로 추산되는 초과 사망이 2025년 한 해 1만 5,860명에 이르렀습니다. 한 주에 약 305명, 한 달에 1,300명가량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추산한 2015년 수치가 1,657명이었던 점과 견주면, 10년 만에 거의 열 배로 불어난 셈입니다. 다만 직전 해인 2024년 1만 6,644명보다는 소폭 줄었습니다.</p>
<p>배경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자리합니다. 지난해 잉글랜드 주요 응급실을 찾은 이는 약 1,700만 명으로 역대 최다였으나, 도착 후 4시간 안에 입원이나 퇴원 등으로 처리된 환자는 60.5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영국이 정한 기준선 95퍼센트에 한참 못 미칩니다. 12시간 넘게 기다린 환자가 174만여 명, 24시간 이상 머문 환자도 48만 9천여 명에 달했습니다.</p>
<p><strong>숫자보다 ‘경향’을 읽어야 합니다</strong></p>
<p>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가야 하겠습니다. 이 사망자 수는 개개인의 사인을 ‘대기 탓’이라고 일일이 확인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환자 자료에 통계 모형을 적용해 보수적으로 추산한 ‘연관 추정치’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과거 영국 보건 당국이 이런 방식의 추정에 이견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특정 숫자에 놀라기보다, 대기가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경향에 무게를 두고 차분히 읽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사실에 근거하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태도가 이런 사안일수록 더욱 긴요합니다.</p>
<p><strong>가장 아픈 환자가 가장 오래 기다리는 구조</strong></p>
<p>문제의 본질은 자원의 한계에서 비롯됩니다. RCEM 회장은 응급실이 가득 차 정작 도움이 절실한 중증 환자가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가슴 아파했습니다. 통계를 조금 개선하려고 비교적 가벼운 환자에게 자원을 몰아주라는 요구가 따르는 상황도 우려했습니다. 환자가 복도에서 진료받는 이른바 복도 진료(corridor care)를 없애겠다는 약속은 환영하나, 입원을 기다리는 중증 환자를 먼저 살피지 않는 한 본질은 풀리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p>
<p>대기의 그늘은 응급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자기공명영상이나 컴퓨터단층촬영, 각종 암 검사 등 진단검사를 기다리는 사람이 192만 명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습니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 권고 기준인 6주를 넘겨 기다립니다.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의 첫 단추부터 어긋날 수 있습니다.</p>
<p>이에 영국 정부는 오랜 대기를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응급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당일 응급진료 및 긴급치료센터 40곳에 2억 1,550만 파운드(한화 약 4,433억 원)를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임시방편이 아니라 병상과 간호 인력, 1차 의료와 지역 돌봄까지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p>
<p><strong>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strong></p>
<p>영국의 사정은 우리에게도 거울이 됩니다. 우리 역시 받아 줄 병상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표류와 의료 인력 수급의 진통을 겪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실은 도착 순서가 아니라 증상의 위중함에 따라 진료 순서를 정하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를 적용합니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먼저 진료받는 까닭에, 가벼운 증상으로 찾은 분은 한참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오래 기다린다’는 영국의 역설과 맞닿은 대목입니다.</p>
<p><strong>기다림을 줄이는 일은 공동체의 책무입니다</strong></p>
<p>의료 접근성은 한 사회가 그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여 주는 척도입니다. 시니어가 살아온 세월만큼 쌓은 경험은 공동체의 자산이며, 그 자산을 지키는 일은 곧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국가는 충분한 병상과 인력으로 든든히 떠받쳐야 하고, 우리 또한 응급 의료를 아껴 정작 절실한 이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절제를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지원과 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기다림의 그늘은 옅어집니다.</p>
<p>시니어 여러분께는 평소의 준비를 당부드립니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응급실 대신 야간진료 병원이나 심야 약국을 먼저 찾으시고, 늘 드시는 약과 지병, 알레르기 정보를 한 장으로 정리해 지갑이나 휴대전화에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응급실의 실시간 상황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포털 이젠(E-Gen, www.e-gen.or.kr)이나 119,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병을 일찍 찾아내는 가장 든든한 길은 정기 검진입니다. 국가건강검진을 빠짐없이 챙기시고, 궁금한 점은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 나타나면 망설이지 마시고 즉시 119에 연락하셔야 합니다.</p>
<p>건강에 관한 판단은 늘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담긴 통계와 정보는 현황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일 뿐, 개인의 진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p>
<p>이 칼럼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2026년 6월 8일 자 보도를 바탕으로, 영국 왕립응급의학회와 영국 정부 발표 자료 등을 추가로 확인해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문을 직역하지 않고 의역하였으며, 모든 인용은 간접 인용으로 옮겼습니다. 환율은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기준 2026년 6월 5일 1파운드 약 2,057원을 적용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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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81] 삶을 ‘최적화’하다 즐거움을 잃는 사람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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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Tue, 09 Jun 2026 21:00:13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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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측정의 시대, 시니어의 지혜를 다시 묻습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 재는 시대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잠자는 시간과 먹는 음식과 하루 걸음 수까지 숫자로 기록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향해]]></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3 class="subheading">— 측정의 시대, 시니어의 지혜를 다시 묻습니다</h3>
<p><strong>모든 것을 숫자로 재는 시대</strong></p>
<p>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잠자는 시간과 먹는 음식과 하루 걸음 수까지 숫자로 기록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향해 자신을 다듬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손목에 찬 기기가 밤새 수면의 질을 채점하고, 아침이면 오늘의 컨디션 점수를 보여 줍니다. 자기 자신을 하나의 기계처럼 측정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자기 최적화(self-optimization)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부지런한 자기 관리가 정작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멈추어 물어볼 때가 되었습니다.</p>
<p><strong>한 칼럼니스트의 진단</strong></p>
<p>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의 칼럼니스트 제미마 켈리는 이 풍조를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칼럼에 따르면, 인기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한 30대 방송인은 술을 끊었다가 다시 마셔 본 경험을 두고 마치 실험을 하듯 비교 측정(A/B 테스트)을 했다고 말합니다. 와인 두 잔에 취하지도 않았으나 그날 잠을 설친 탓에 사흘을 망쳤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과정을 자신이 후원받는 건강 측정 기기로 일일이 기록했다고 자랑하듯 덧붙였습니다.</p>
<p>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측정 만능주의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한 방송 진행자는 모든 것을 끝없이 최적화하고 측정하다 보면 목표에 조금만 못 미쳐도 비참해진다며, 최적화가 즐거움을 죽이고 있으니 이에 맞서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무엇도 기록하지 말며 그저 즐겁게 보내라고 권했습니다.</p>
<p>켈리는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 보탰습니다. 임종을 앞둔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일,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행복할 기회를 주지 못한 일, 그리고 지나치게 일만 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호스피스 현장의 기록을 토대로 널리 인용되는 보고로, 표본과 측정 방식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손목의 기기는 우리가 너무 늦게 잠들었다고 알려 줄 수는 있어도, 그날 우리가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평생의 인연을 만났는지는 결코 기록하지 못합니다.</p>
<p><strong>우리는 왜 자신을 숫자에 가두는가</strong></p>
<p>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자신을 숫자에 가두게 되었을까요. 무엇이든 효율과 성과로 환산하려는 후기 산업사회의 사고방식이 그 뿌리에 자리합니다. 삶을 ‘잘’ 사는 문제는 제쳐 두고 오직 목표 수치만을 좇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측정을 손쉽게 만들어 주는 기술과, 그 기술을 팔아야 하는 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립니다. 앞서 소개한 방송인이 자랑한 측정 기기가 사실은 그가 후원과 투자를 받는 회사의 제품이었다는 대목은, 이 열풍의 상업적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건강과 자기 계발이라는 선의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더 사고 더 측정하라는 부추김이 깔려 있습니다.</p>
<p><strong>우리 시니어에게 던지는 물음</strong></p>
<p>이 문제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 사이에서도 건강 관리 열풍은 뜨겁습니다. 스마트워치로 심박과 걸음을 확인하고, 영양제를 챙기며, 작은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건강을 돌보는 일은 분명 소중하고 마땅한 책임입니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 검사 결과 한 줄에 마음이 흔들리고 즐거움을 자꾸 뒤로 미루는 건강 염려로 기울면, 정작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만남과 웃음과 여유를 놓치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스스로 정하는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기준으로 하루를 선택하는 데 있습니다.</p>
<p><strong>절제와 즐거움 사이, 중용의 지혜</strong></p>
<p>다만 이 글이 절제 없는 향락을 권하는 것으로 읽혀서는 곤란합니다. 측정에 매몰되는 삶이 공허하듯, 건강을 함부로 방치하는 삶 또한 지혜롭지 못합니다. 우리 선현이 일러 온 중용(中庸)의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되, 그것을 삶의 목적이 아니라 더 오래 더 즐겁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균형입니다. 한 영국 작가는 요양원에서 몇 해를 더 연명하자고 인생의 즐거움을 포기할 까닭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소 과장된 말이지만, 삶의 길이만큼이나 그 깊이와 온기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새길 만합니다.</p>
<p>수십 년의 풍파를 건너온 시니어 세대는 무엇이 정말로 남는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숫자가 일러 주지 못하는 그 지혜야말로, 측정에 지친 이 시대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오래 보지 못한 벗에게 안부 한마디 건네 보시기를 권합니다.</p>
<p>[출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오피니언, 제미마 켈리(Jemima Kelly) 칼럼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인용된 발언은 원문 보도 내용을 우리말로 풀어 옮긴 것이며, 직접 인용이 아닌 요약·재진술입니다. 임종 전 후회에 관한 내용은 호스피스 현장 기록에 근거한 다수의 보고를 종합한 것으로, 표본과 방법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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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80] 마음의 건강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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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Mon, 08 Jun 2026 21:00:54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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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같은 시대, 서로 다른 마음의 풍경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도 마음의 건강을 둘러싼 사정은 나라마다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의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s) 조사에 따르면, 지난]]></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trong>같은 시대, 서로 다른 마음의 풍경</strong></p>
<p>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도 마음의 건강을 둘러싼 사정은 나라마다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의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s)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우울감과 스트레스, 불안과 같은 마음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성인의 비율이 나라별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조사는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세계 주요 10개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나라마다 1천 명에서 8천6백 명에 이르는 만 18세부터 64세까지의 응답자가 참여하였습니다.</p>
<p>수치를 보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42퍼센트)이었고 미국(41퍼센트)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습니다. 캐나다(39퍼센트)와 영국(37퍼센트)이 그 뒤를 따르며 북유럽과 북미, 영어권 국가가 대체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어 브라질(32퍼센트)과 독일(31퍼센트)이 중간 수준을 보였고, 인도(26퍼센트), 프랑스와 일본(각각 22퍼센트)이 그 아래에 자리했으며, 가장 낮은 곳은 중국(16퍼센트)이었습니다.</p>
<p><strong>숫자가 높은 나라가 더 아픈 나라일까요</strong></p>
<p>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 결과는 의료기관의 정식 진단이 아니라, 응답자 스스로가 그러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힌 비율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수치가 높은 나라가 곧 마음이 더 병든 나라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에 거리낌이 적은 사회일수록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정신 건강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과 태도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어떤 사회에서는 마음의 병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 실제로 힘들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결과는 마음의 병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도인 동시에, 사람들이 그 문제를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는지를 함께 비추는 거울로 읽는 편이 옳습니다.</p>
<p><strong>조사에서 빠진 65세 이상, 그러나 마음의 무게는 더합니다</strong></p>
<p>시니어 독자께서 특히 유념하실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번 조사의 대상은 만 18세부터 64세까지, 곧 경제 활동을 하는 연령층이었습니다. 만 65세 이상 시니어 세대는 처음부터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위의 수치를 시니어의 마음 건강으로 그대로 옮겨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건강이 소중하다는 사실에는 나이의 구분이 없습니다. 도리어 은퇴와 사별, 신체 기능의 변화, 사회적 관계의 축소처럼 인생의 후반기에 마주하는 변화들은 마음에 적지 않은 무게로 다가오곤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은 오래도록 관심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마음의 병은 결코 의지가 약한 탓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먼저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p>
<p><strong>도움을 청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지혜입니다</strong></p>
<p>마음이 가라앉고 의욕이 사라지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평소 즐기던 일에도 흥미를 잃는 상태가 2주 넘게 이어진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시기를 권합니다. 이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병원을 찾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현명한 선택입니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는 부담 없이 두드릴 수 있는 도움의 창구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p>
<p><strong>마음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힘</strong></p>
<p>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떤 상담 전화와 제도도 끝내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결입니다. 가까이 사는 가족과 주고받는 한 통의 안부 전화, 동네 복지관과 경로당의 작은 모임에 한 발 내딛는 일, 이웃과 나누는 인사 한마디가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든든한 힘입니다. 사회가 마련한 제도가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그 울타리 안을 따뜻하게 채우는 것은 결국 우리 곁의 사람들입니다. 마음이 힘든 날, 부디 혼자 끌어안지 마시고 곁의 누군가에게, 그리고 전문가에게 손을 내미시기 바랍니다. 그 한 걸음이 곧 회복의 시작입니다.</p>
<p>자료 출처: 스타티스타 소비자 인사이트(Statista Consumer Insights) 조사 및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보도를 참고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조사 기간은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이며, 세계 주요 10개국의 만 18세부터 64세 성인(국가별 응답자 1천 명에서 8천6백 명)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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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9] 마취는 ‘잠’이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혼수’였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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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Sun, 07 Jun 2026 21:00:10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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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시니어가 수술 앞에서 알아야 할 사실 우리가 알던 ‘마취는 깊은 잠’이라는 믿음 수술을 앞둔 많은 분들이 전신마취를 ‘잠시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는 일’로 이해하십니다. 의료진조차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제]]></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3 class="subheading">— 시니어가 수술 앞에서 알아야 할 사실</h3>
<p><strong>우리가 알던 ‘마취는 깊은 잠’이라는 믿음</strong></p>
<p>수술을 앞둔 많은 분들이 전신마취를 ‘잠시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는 일’로 이해하십니다. 의료진조차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제 주무시면 됩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학계의 연구는 이 오래된 비유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주말판(The Wall Street Journal Weekend)은 6월 6일자 지면에서, 마취 상태의 뇌가 자연스러운 수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연구 흐름을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신마취 상태의 뇌는 ‘잠든 뇌’가 아니라 ‘혼수상태에 더 가까운 뇌’입니다.</p>
<p><strong>뇌파가 말해 주는 진실</strong></p>
<p>이 통찰의 토대는 미국 하버드·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에머리 브라운(Emery Brown) 교수 연구진이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한 종합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뇌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뇌파(EEG) 자료를 비교해, 사람이 밤새 거치는 가장 깊은 수면조차 가장 얕은 전신마취보다 얕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수면 중 뇌파는 여러 단계를 오가지만, 마취 중 뇌파는 그 어느 수면 단계와도 닮지 않았고 오히려 혼수상태 환자의 뇌파와 가장 비슷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전신마취란 약물로 유도한, 그러나 되돌릴 수 있는 혼수상태라고 규정했습니다.</p>
<p>최근에는 이 그림이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머리 전체를 덮는 방식의 뇌파 측정으로 마취된 뇌를 정밀하게 지도화해 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고, 마취 상태가 뇌의 부위에 따라 어느 곳은 수면을, 어느 곳은 혼수상태를 닮는 복합적인 상태임을 밝혔습니다. 즉 마취는 단순한 ‘잠’도, 균일한 ‘혼수’도 아닌, 여러 상태가 겹쳐 있는 정교한 의식의 억제였던 것입니다.</p>
<p><strong>왜 이것이 시니어에게 더 중요한가</strong></p>
<p>이 사실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분들이 바로 시니어입니다. 65세 이상 시니어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혼란과 착란을 보이는 섬망(delirium)을 겪거나, 수술 뒤 기억력과 판단력이 한동안 떨어지는 수술 후 인지기능 저하(POCD)를 경험할 확률이 젊은 층보다 뚜렷하게 높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뇌가 약물을 처리하고 본래 상태로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고, 손상을 버텨 내는 뇌의 예비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p>
<p>마취가 ‘잠’이라면 깨어나면 그만이겠으나, 그 본질이 ‘되돌릴 수 있는 혼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혼수에 가까운 깊은 억제 상태에 시니어의 뇌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깊게 두는 것은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예일대 연구진이 주목한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취 깊이를 정교하게 조절해 뇌를 혼수보다 수면에 가까운 상태로 유도한다면, 수면이 본래 지닌 면역·대사 회복 기능을 일부나마 살리면서 수술 뒤 인지 후유증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입니다.</p>
<p><strong>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새겨야 할 점</strong></p>
<p>우리 사회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시니어의 수술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하루 약 6만 명이 전신마취 아래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마취 안전은 더 이상 일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p>
<p>다행히 마취 중 뇌파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깊이를 조절하는 감시 장비와 기법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맞춤형 마취’의 필요성을 환자와 보호자가 먼저 인식하는 일입니다. 수술을 앞둔 시니어와 가족이라면, 마취 전 상담에서 본인의 나이와 평소 인지 상태, 복용 약물을 충분히 알리고, 마취 깊이를 감시하는 방법이 적용되는지 담당 의료진에게 차분히 여쭤보시기를 권합니다. 병원과 수술 관련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1644-2000)의 의료정보 안내에서, 수술 후 기억력 변화가 오래 지속될 때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p>
<p><strong>두려움이 아니라 분별이 필요한 때</strong></p>
<p>이 연구들은 마취를 두려워하라는 경고가 아닙니다. 전신마취는 지난 한 세기 의학이 쌓아 올린 가장 안전하고 정교한 성취 가운데 하나이며, 필요한 수술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더 큰 위험입니다. 다만 ‘잠’이라는 부드러운 비유에 안주하기보다,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데서 더 나은 선택이 시작됩니다.</p>
<p>오래 살아온 시니어는 자기 몸의 신호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의료진의 전문성을 신뢰하되, 동시에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고 합당한 질문을 던지는 것, 이 둘의 균형이 곧 스스로를 지키는 분별입니다. 검증된 사실 위에서 차분히 따져 묻는 태도, 그것이 시니어가 오랜 세월 길러 온 지혜의 힘이며 우리 사회의 안전을 떠받치는 단단한 토대이기도 합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p>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Weekend(2026년 6월 6일자, Review 섹션)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게재 논문 E. Brown·R. Lydic·N. Schiff, ‘General Anesthesia, Sleep, and Coma’,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p>
<p>※ 본문 중 일부 수치는 해외 보도와 학술 자료에 근거하며, 환자 개개인의 상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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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8] 집주인도 늙어간다 — 독일 임대시장의 고령화가 던지는 경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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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Sat, 06 Jun 2026 21:00:47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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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요즘 부동산을 둘러싼 이야기는 대개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눈여겨보아야 할 변화는 다른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집을 빌려주는 사람, 곧 임대인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요즘 부동산을 둘러싼 이야기는 대개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눈여겨보아야 할 변화는 다른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집을 빌려주는 사람, 곧 임대인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최근 발표된 한 조사는 이 흐름을 또렷한 숫자로 보여 줍니다.</p>
<p><strong>임대인의 60%가 55세 이상인 나라</strong></p>
<p>독일은 국민 상당수가 남의 집을 빌려 사는 이른바 세입자의 나라입니다. 세입자 단체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천만 가구가 넘는 4,400만여 명이 임대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 집을 공급하는 핵심 주체는 대기업이 아니라 개인 임대인이며, 이들이 전체 주택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p>
<p>문제는 이 개인 임대인들이 빠르게 나이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경제연구소(IW Köln)와 부동산 플랫폼 기업 도이칠란트이모빌리엔이 해마다 함께 펴내는 민간 임대인 보고서를 보면, 임대인 가운데 65세 이상이 30%, 55세 이상으로 넓히면 60%에 이릅니다. 반면 35세 미만 임대인은 단 5%에 불과합니다. 같은 연령대가 전체 인구에서는 38%를 차지하는 것과 견주면 불균형이 뚜렷합니다. 이전 조사에서 11%였던 젊은 임대인 비율이 최근 5%로 줄었다는 한 가지 숫자만으로도 세대 간 이동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독일 개인 임대인의 평균 연령은 58세입니다.</p>
<p><strong>물려받아도 이어가지 않는다</strong></p>
<p>흥미로운 점은 이 자산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옮겨 간다는 데 있습니다. 상속과 증여를 통해 적지 않은 부동산이 자녀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함께 진행한 독일경제연구소의 금융·부동산 시장 책임자 미하엘 포익틀랜더(Michael Voigtländer)는, 정작 그 자녀들이 임대업을 이어받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합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임대 관리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그에 비해 수익은 얼마나 변변치 않은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기 때문입니다.</p>
<p>여기에 제도와 환경의 변화가 겹칩니다.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임대료 상한제(Mietpreisbremse), 복잡한 보조금 규정, 수리 인력 부족, 그리고 낡은 건물을 고쳐야 하는 에너지 개보수(Sanierung) 의무가 임대업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실제로 개인 임대인이 가진 집은 대부분 1949년에서 1994년 사이에 지어진 노후 주택입니다. 한 부동산 경제 전공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가 부동산을 자산으로 여기면서도 직접 집을 사서 세를 놓기보다 부동산투자신탁(REIT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간접 투자를 선호한다고 전했습니다. 손이 덜 가고 수익은 더 기대할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p>
<p>독일 주택소유주 단체인 하우스운트그룬트(Haus und Grund)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새 난방기구법(Heizungsgesetz)에 따라 임대인이 화석연료 난방기를 새로 들이면 앞으로 발생할 난방비의 일부를 떠안아야 하는데,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다세대 주택에서는 히트펌프(Wärmepumpe)를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비용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는 차라리 임대를 접는 편이 낫다는 조언까지 내놓아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p>
<p><strong>동네 집주인이 사라진 자리</strong></p>
<p>개인 임대인이 물러난 자리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수리가 필요한 집을 사들여 가치를 끌어올린 뒤 투자 상품으로 되파는 전문 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시장이 한두 채를 가진 개인에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수익률을 따지는 법인으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p>
<p>이 변화를 마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개인 임대인의 43%는 새로 계약을 맺을 때조차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법으로 올릴 수 있는데도 세입자와의 관계를 생각해 양보해 온 것입니다. 전문 법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이런 인정(人情)의 여백은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좋은 입지에 현대적 기준을 갖춘 집, 그리고 단독주택 임대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공급해 온 만큼, 그 기반이 약해지면 세입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도 함께 좁아집니다.</p>
<p><strong>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자산 이야기</strong></p>
<p>이 독일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상당수 시니어가 노후를 부동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집 한 채, 작은 상가 한 칸을 세놓아 생활비를 보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동시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차 제도의 변화, 전세사기 파문, 보유세 부담은 개인 임대인이 시장에 머물 이유를 점점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p>
<p>자녀 세대의 생각도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번거로운 관리와 분쟁의 위험을 떠안기보다, 물려받은 자산을 정리해 더 간편한 금융 투자로 갈아타려는 흐름이 분명합니다. 개인 임대인이 시장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기업형 임대가 대신할 때 임대료와 거주 조건이 더 깐깐하게 계산될 것이라는 독일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유효합니다.</p>
<p><strong>효율보다 오래 지켜온 질서를 생각할 때</strong></p>
<p>오랜 세월 동네의 집을 관리하며 세입자와 얼굴을 맞대 온 개인 임대인은 단순한 돈벌이의 주체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임대 시장의 다양성과 안정을 떠받쳐 온, 보이지 않는 사회적 기반이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 일군 부동산을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넘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인간적 질서를 어떻게 지켜낼지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공동체의 숙제입니다.</p>
<p>해법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합니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합리적 규제는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개인 임대인이 시장을 떠나도록 등을 떠미는 과도한 부담은 결국 세입자에게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함께 헤아려야 합니다.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책임을 물을 것은 묻는 균형, 그리고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작동해 온 질서를 함부로 허물지 않는 신중함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붙들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p>
<p>출처: 독일의 일간지 디벨트(Die Welt) 2026년 6월 4일자 10면 경제면(WIRTSCHAFT UND GELD)의 임대시장 고령화 관련 보도, 그리고 독일경제연구소(IW Köln)와 도이칠란트이모빌리엔(Deutschland.Immobilien)이 공동 발표한 민간 임대인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본 칼럼은 원문 보도를 직접 인용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해석한 것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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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편집장 칼럼 #082] 영국 청년 다섯 중 한 명이 실업자라면! 한국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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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Fri, 05 Jun 2026 23:00:49 +0000</pubDate>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category><![CDATA[편집장 칼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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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영국발 경고가 한국 경제에게 던지는 물음 영국에서 청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단순한 경기 부진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에 처음 발을]]></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4>— 영국발 경고가 한국 경제에게 던지는 물음</h4>
<p>영국에서 청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단순한 경기 부진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들이는 세대 자체가 노동 시장의 문턱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바다 건너의 일이라며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소식입니다.</p>
<p>영국상공회의소(BCC)가 최근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영국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16.9%에서 내년에 17.8%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체 실업률도 5%에서 5.5%로 높아지고, 경제 성장률은 올해 0.9%에 그친 뒤 내년 1%, 2028년 1.3% 수준의 더딘 회복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의 성장은 사실상 전체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의 성과에 크게 기대고 있는 구조입니다. 노동당 내각에서 장관을 지낸 앨런 밀번(Alan Milburn)은 정부가 서둘러 손쓰지 않으면 2030년대 초까지 일자리도, 교육이나 훈련의 기회도 갖지 못한 청년이 12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p>
<p>다만 이 숫자들은 특정 기관의 예측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국립통계청(ONS) 집계에서는 지난 4월 물가 상승률이 2.8%로, 전달의 3.3%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망과 현실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기 마련이며, 경고의 무게를 인정하되 수치를 과장 없이 읽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p>
<p>무엇이 청년의 첫 일자리를 지우고 있는 것일까요.</p>
<p>BCC는 두 가지를 지목합니다. 하나는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입니다. 과거 사회 초년생이 맡아 경력을 쌓던 입문 단계의 업무가 AI 도구로 대체되면서, 청년이 발을 디딜 출발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건비 부담입니다. 영국의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기여금 인상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사람을 새로 뽑는 비용이 커지자, 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는 대상이 경험 없는 신입 채용이라는 분석입니다. 약자를 보호하려 도입한 제도가 정작 그 약자의 진입로를 좁히는 역설인 셈입니다.</p>
<p>이 풍경은 결코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역시 AI 도입 속도가 빠르고 청년 고용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은 곧 누군가의 자녀이자 손주이며, 그 부담은 결국 가정과 사회 전체로, 그리고 시니어 세대의 노후로 되돌아옵니다. 일하는 세대가 줄면 연금과 복지를 떠받칠 기반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기 쉬운 사안일수록, 우리는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나누는 쪽을 택해야 합니다.</p>
<p>독일의 노동 정책에는 지원(Fördern)과 요구(Fordern)를 나란히 두는 오랜 원칙이 있습니다. 기회를 충분히 열어 주되,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책임도 분명히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청년에게 일자리와 훈련의 길을 넓혀 주는 일과,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려는 자세를 기대하는 일은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균형의 한가운데에 시니어 세대가 있습니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과 분별은, 길을 잃은 청년에게 방향을 일러 주는 가장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시니어를 사회가 부양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떠받치는 자산으로 바라볼 때,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는 우려는 비로소 ‘이어 가는 세대’라는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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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7] 인공지능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아니면 거품인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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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Fri, 05 Jun 2026 21:00:57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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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인공지능(AI)이라는 말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분이 적지 않으실 것입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경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도 최근 글에서 바로 그 막막함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12세기 유대 철학자]]></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인공지능(AI)이라는 말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분이 적지 않으실 것입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경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도 최근 글에서 바로 그 막막함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12세기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Maimonides)가 남긴 당혹스러운 자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빌려, 자신 또한 인공지능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를 헤아리려는 노력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고백합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현자는 없으니, 낯섦을 인정하는 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분별의 출발이라 하겠습니다.</p>
<p><strong>거품인가, 아닌가</strong></p>
<p>울프가 던지는 물음은 단순합니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아니면 한때의 거품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는 먼저 거품에도 두 종류가 있다고 정리합니다. 하나는 진짜 변화가 일어나는데도 시장이 그 값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투기로 흐르는 경우로, 19세기 철도 건설 붐이나 1990년대 후반 닷컴 거품이 그러했습니다. 이런 거품은 꺼진 뒤에도 철도망과 광케이블 같은 쓸모 있는 기반을 세상에 남깁니다. 다른 하나는 알맹이가 없는 헛된 거품으로, 18세기 미시시피 거품과 남해회사 거품처럼 파산만 남기고 사라집니다.</p>
<p>그렇다면 지금의 인공지능은 어느 쪽일까요. 울프는 다소 조심스럽게 진짜라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인류가 인공일반지능(AGI)의 문턱에 닿았는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사람을 대신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자율형 모델의 능력만큼은 인상적이며,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기업이 실제로 큰 매출 성장을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거도 듭니다.</p>
<p>엔비디아(Nvidia)의 주가 급등을 닷컴 시절의 시스코(Cisco)에 빗대는 시각이 있으나, 엔비디아는 이익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시스코의 순이익은 2000년까지 2년간 겨우 두 배에 그쳤습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는 인공지능이 이미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적지 않게 보태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투자 열기가 식으면 지금의 실적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그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거품은 아니라고 결론짓습니다. 실제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인공지능 기반 시설 투자를 위해 최대 800억 달러(약 120조 원)에 이르는 주식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p>
<p><strong>축복과 재앙, 두 갈래의 목록</strong></p>
<p>울프는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 챗지피티(ChatGPT)의 도움까지 받아 축복과 재앙의 목록을 나란히 정리합니다. 축복 쪽에는 더 나은 의료와 과학의 가속, 생산성 향상, 누구에게나 열린 교육, 기후 대응, 번역과 음성 인식을 통한 접근성 개선 등이 오릅니다. 반대편 재앙 쪽에는 인간이 통제력과 책임을 잃을 위험, 테러에 악용될 신무기, 대규모 실업, 소수에게 쏠리는 권력, 대중 감시와 여론 조작, 객관성을 가장한 편견의 고착 등이 늘어섭니다. 어느 쪽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p>
<p>이 두 목록을 앞에 두고 울프는 몇 가지 결론에 이릅니다. 인공지능은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범용기술을 넘어 인류의 존립에 관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업과 국가 사이의 경쟁에 이미 불이 붙어 축복을 향한 경쟁과 재앙을 부르는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리라는 것입니다. 핵무기 확산을 막아 온 통제나 신약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규제도 이번에는 본보기가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은 국가만의 것도 아니고 한 종류로 묶이지도 않는, 쓰임새가 매우 다양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p>
<p><strong>기술은 끝내 사람을 위해 존재</strong></p>
<p>그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곧 진보로 여기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며, 참된 진보란 안전과 자유, 정당성이라는 조건 안에서 사람이 잘 살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가 2026년 5월 인공지능을 다룬 첫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위대한 인류)에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호소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 놓입니다.</p>
<p>기술은 끝내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쓸지 정하는 주인은 기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며, 진보의 잣대는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공동의 선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분별 있게 받아들이되 질서와 안전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함께 지켜 가는 일, 그것이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균형일 것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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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6] 익숙함을 지킬까 새것을 택할까 ― 반세기 만에 풀린 한 물리학자의 수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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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Thu, 04 Jun 2026 21:00:57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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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주차할 자리를 고를 때도, 식당을 정할 때도, 심지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결정할 때도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8220;혹시 저 모퉁이만 돌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8221; 익숙한]]></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주차할 자리를 고를 때도, 식당을 정할 때도, 심지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결정할 때도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8220;혹시 저 모퉁이만 돌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8221; 익숙한 것을 지킬 것인가, 새로운 것으로 옮겨 갈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이 선택의 망설임을 두고, 최근 영국과 미국의 학자들이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습니다.</p>
<p>이야기의 출발점은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8년 세상을 떠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1970년대 어느 날 캘리포니아의 한 태국 음식점에서 친구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늘 먹던 단골 메뉴를 그대로 시킬지, 처음 보는 음식을 시도할지 고민하던 친구를 위해 파인만은 그 자리에서 종이에 수식과 그래프를 적어 내려갔다고 합니다. 친구가 평생 간직해 온 이 낙서가 마침내 옥스퍼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 뉴욕시립대학교 연구진의 손을 거쳐 해독되었고, 그 결과가 권위 있는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습니다.</p>
<p>연구진은 2,520명을 대상으로 낯선 도시에 7박, 14박, 28박 동안 머무는 상황을 가정한 모의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매일 저녁 식당을 고를 때마다 그 식당의 품질을 알려 주는 점수를 화면으로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명료했습니다. 머무는 기간이 길수록 사람들은 초반에 새로운 곳을 더 많이 찾아 나섰고,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더 나은 곳을 찾으려는 기대를 차츰 낮추며 한곳에 정착했습니다. 이 단순한 방식만으로도 7박 여행자가 평균 이상의 좋은 식당에 안착할 확률은 98.4퍼센트, 28박 여행자는 사실상 백퍼센트에 가까웠습니다.</p>
<p>이 발견의 핵심은 결국 시간이라는 변수에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 넉넉할 때는 새로운 시도가 그만한 값을 합니다. 얻은 정보를 두고두고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새 정보의 쓸모가 줄어드는 만큼, 이미 검증된 최선의 선택에 마음을 정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복잡한 공식을 알지 못해도 본능적으로 이 이치를 따랐고, 그 직관은 정교한 수학 모델에 거의 뒤지지 않았습니다.</p>
<p>이 연구는 시니어 독자에게 각별한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흔히 나이 든 세대가 익숙한 방식을 지키는 모습을 두고 완고하다거나 고집스럽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위 연구가 알려 주는 바는 사뭇 다릅니다. 살아갈 날이 유한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오랜 세월 쌓아 온, 이미 검증된 경험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은 고집이 아니라 가장 이치에 맞는 선택이라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결정을 통과하며 시니어가 길러 온 안목은, 그 자체로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인 셈입니다.</p>
<p>다만 이 수식이 새로움을 멀리하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파인만의 권고에서 먼저 강조된 것은 오히려 초반의 충분한 탐색이었습니다.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든, 굳게 닫아거는 태도보다 적절히 열어 두는 태도가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검증된 것을 든든히 지키는 지혜와, 때때로 낯선 것에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함께 갈 때 비로소 균형이 잡힙니다. 요리·여행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배우 스탠리 투치 역시 단골 식당으로 돌아갈 때의 편안함을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요리를 용기 내어 맛보는 즐거움을 나란히 예찬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어느 요리사이자 여행 작가는, 가끔의 실패한 식사를 감수하지 않으면 인생 최고의 한 끼를 만날 기회도 영영 오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p>
<p>검증된 경험의 가치는 짐이 아니라 안전판이며, 오랜 질서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를 지켜 주는 무게중심입니다. 동시에 지혜로운 삶이란 언제 그 자리를 지키고 언제 한 걸음 내디딜지를 분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분별의 감각이야말로, 숱한 선택을 통과해 온 시니어가 이미 몸으로 익혀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익숙함을 지키되 새로움에 닫히지 않는 균형, 그 오래된 지혜를 한 장의 낡은 메모가 새삼 일깨워 줍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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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5] 은퇴를 준비할 나이에 산으로 향한 그녀, 모험이 곧 삶이었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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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Wed, 03 Jun 2026 21:00:46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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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이혼의 아픔을 딛고 운동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 모험 전문 회사를 이끌던 쉰세 살의 셸리 요하네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 마칼루의 정상을 밟고 내려오던 길에 눈사태를 만나 세상을 떠났습니다.]]></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이혼의 아픔을 딛고 운동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 모험 전문 회사를 이끌던 쉰세 살의 셸리 요하네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 마칼루의 정상을 밟고 내려오던 길에 눈사태를 만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를 가족처럼 아꼈던 한 미국 언론인이 남긴 추모의 글을 빌려, 치열하게 한 생을 살다 간 사람의 발자취를 시니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돌아보고자 합니다.</p>
<p><strong>정상에서 내려오던 길, 눈사태가 덮쳤습니다</strong></p>
<p>노련한 산악인이었던 셸리 요하네센은 지난 5월 네팔의 마칼루(해발 8,485미터) 정상에 올랐습니다. 마칼루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고봉입니다. 그녀는 정상을 밟은 뒤 하산하던 중 눈사태에 휩쓸려, 5월 11일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p>
<p>당시 그녀는 연인이자 사업 동반자인 데이브 애슐리, 그리고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 산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하산을 앞둔 전날 밤 마칼루에는 약 76센티미터의 폭설과 시속 약 97킬로미터의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일행이 해발 약 7,200미터, 3캠프 바로 아래에 이르렀을 때 거대한 눈더미가 그녀와 가이드 한 사람을 약 300미터 아래로 쓸어내렸습니다. 동료들이 눈 속에 파묻힌 이들을 찾아내는 데만 여러 시간이 걸렸고, 구조 인력의 응급 처치에도 부상이 깊어, 셸리는 동이 트기 전 새벽 연인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p>
<p><strong>쉰셋에 되찾은 삶의 목적</strong></p>
<p>성인이 된 세 자녀를 둔 그녀는, 많은 이들이 노후 자금을 헤아리며 안정된 은퇴를 준비할 나이에 오히려 인생의 새로운 목적을 발견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 생활이 끝났을 때, 그녀는 평소 사랑하던 운동에 자신을 온전히 던졌습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을 한 번에 가로질러 갔다가 되돌아오는 극한 도전의 현장에서 데이브를 만났고, 두 사람은 운동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셸리는 데이브가 운영하던 여행·모험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산을 오르고, 친구를 사귀자’를 구호로 내걸었던 그 회사의 이름은, 이제 그녀를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 정상 부근에 잠든 한 사람을 기리는 다른 의미로 다시 읽히게 되었습니다.</p>
<p><strong>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한 켤레의 등산 스틱</strong></p>
<p>비보가 전해진 것은 미국의 어머니날이 지나고 꼭 이틀 뒤였습니다. 그 무렵 추모의 글을 쓴 언론인의 집에는 자녀들이 보낸 뒤늦은 어머니날 선물 상자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다음 모험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새 등산용 스틱 한 켤레가 들어 있었습니다. 세상은 셸리의 죽음을 너무 이른 이별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발자취는, 한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았음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습니다.</p>
<p><strong>다시 시작하는 용기, 그리고 신중함</strong></p>
<p>셸리의 이야기에서 시니어 독자 여러분과 가장 먼저 나누고 싶은 것은, 인생의 새로운 장은 나이와 무관하게 언제든 열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쉰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열정과 사랑, 그리고 함께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느끼시더라도, 마음을 끄는 일 하나를 다시 붙드는 데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p>
<p>다만 여기에는 신중함이라는 또 하나의 지혜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자유로운 도전과 분별 있는 절제는 결코 서로 어긋나는 가치가 아닙니다. 등산이나 걷기 운동은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천천히 시작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평소 심장이나 혈압, 무릎 관절에 부담을 느끼셨다면 운동량을 늘리기 전에 의료진과 한 번 상담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산행은 가급적 일행과 함께하시고, 일기예보와 산악 기상 정보를 미리 확인하신 뒤, 날씨가 나빠지거나 몸에 무리가 느껴지면 미련 없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한계를 아는 것은 도전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도전을 더 오래 이어가기 위한 가장 단단한 준비이기 때문입니다.</p>
<p>출처: 이 기사는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6월 2일 자 오피니언면 칼럼에 실린 데이비드 스키너(David Skinner) 부편집장의 추모 에세이를 바탕으로,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캐어유 뉴스가 새로 구성한 것입니다. 사고 경위와 인물 정보, 마칼루산의 제원은 미국 CBS 뉴스, 네팔 카트만두 포스트(The Kathmandu Post) 등 복수 매체의 보도를 교차 확인했으며, 적설량·풍속·거리 등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터법으로 환산해 옮겼습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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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4] 빚의 무게는 소득을 가리지 않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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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Tue, 02 Jun 2026 21:00:43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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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사상 최대 미국 카드빚이 우리 시니어에게 건네는 경고 ▲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소득이 넉넉하면 빚 걱정에서 자유로울 것이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3 class="subheading">— 사상 최대 미국 카드빚이 우리 시니어에게 건네는 경고</h3>
<div class="article-veiw-body view-page">
<div>
<figure class="photo-layout image photo_19055 float-center" data-idxno="19055" data-type="photo" data-current-index="0"><img data-recalc-dims="1"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src="https://i0.wp.com/www.careyounews.org/news/photo/202606/10065_19055_1349.png?resize=600%2C338&#038;ssl=1" alt="▲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width="600" height="338" /><figcaption>▲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것입니다.</figcaption></figure>
</div>
<p>소득이 넉넉하면 빚 걱정에서 자유로울 것이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전해 오는 소식은 그 통념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습니다.</p>
<p>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병원에서 운영 이사로 일하는 마흔두 살 여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녀의 연봉은 19만 4,000달러(약 2억 9,300만 원)에 이르지만, 신용카드 잔액은 1만 5,000달러(약 2,265만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매달 최소 결제 대금은 가까스로 맞추었으나, 연 26%에 달하는 높은 이자 탓에 원금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빚이 쌓이는 과정을 체중이 느는 일에 빗대었습니다. 하루아침이 아니라 조금씩 불어나다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p>
<p><strong>사상 최대로 불어난 카드빚</strong></p>
<p>이러한 개인의 사정은 거대한 흐름의 한 단면입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잔액 총액은 1조 2,500억 달러(약 1,888조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습니다. 90일 이상 심각하게 연체된 비율도 13.12%까지 올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이래 15년 만의 최고치에 이르렀습니다.</p>
<p>원인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조사를 보면, 신용카드 평균 이자율은 2022년 2월 14.6%에서 올해 2월 21%로 가파르게 뛰었습니다. 여기에 식비와 주거비, 의료비가 한꺼번에 오르면서, 많은 가계가 집과 자동차를 지키고 공공요금부터 내느라 카드 대금 납부를 가장 뒤로 미루게 되었다는 분석입니다.</p>
<p><strong>소득이 높아도 비켜 가지 않습니다</strong></p>
<p>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빚의 무게가 저소득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인의 평균 카드빚은 6,500달러에서 6,700달러(약 980만 원에서 1,01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잔액이 1만 달러(약 1,510만 원)를 넘는 이용자의 비율은 지난해 저소득층 지역에서 17%, 중간 소득층 지역에서 20%, 고소득층 지역에서는 25%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넉넉한 동네일수록 오히려 거액의 카드빚을 진 비율이 높았던 셈입니다.</p>
<p>여기에는 최소 결제의 함정이 자리합니다. 매달 청구되는 최소 금액만 갚으면 당장은 버틸 수 있으나, 높은 이자 탓에 원금은 거의 줄지 않습니다. 한 연구자는 이런 방식으로는 카드빚을 영영 청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성실히 갚는데도 빚이 늘어나는 위태로운 돌려막기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p>
<p><strong>빚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입니다</strong></p>
<p>빚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사연들 가운데에는 끊이지 않는 청구서와 추심 전화에 이혼의 아픔까지 겹치며 깊은 정신적 위기에 내몰렸다가, 주변의 도움과 비영리 채무 조정 기관의 손길로 가까스로 다시 일어선 분도 있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마음의 위기로 번지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p>
<p><strong>우리 시니어의 살림에도 닿는 교훈</strong></p>
<p>바다 건너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교훈은 우리 시니어의 살림에 그대로 닿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드 사용과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 일상이 되었고, 은퇴 이후 줄어든 소득에 의료비나 자녀 지원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더해지면 누구라도 빚의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p>
<p>다만 분명히 기댈 곳이 있습니다. 빚이 버겁다면 혼자 끙끙 앓기보다 공적 기관의 문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회복위원회는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 기간을 늘리거나 빚을 줄여 주는 채무조정 제도를 무료로 운영합니다. 상담 전화는 국번 없이 1600-5500입니다. 생활자금이 막막하시다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콜센터(국번 없이 1397)도 든든한 길잡이가 됩니다. 다만 이들 기관을 사칭해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은 모두 불법이니, 반드시 공식 창구만 이용하셔야 합니다.</p>
<p>오래된 지혜일수록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분수에 맞는 살림과 절약은 여전히 가장 든든한 방패입니다. 새 카드를 만들어 부담을 미루기보다 지출을 한 곳에 적어 두고, 이자가 가장 높은 빚부터 갚으며, 비상시를 대비한 작은 통장을 따로 두는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동시에, 한 번 발을 헛디뎠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사회의 안전망 또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절제하여 살림을 다잡되 힘에 부칠 때는 마땅한 도움을 떳떳이 청하는 것, 그 균형 위에서 우리 시니어의 노후가 한결 단단해질 것입니다.</p>
<p>마음이 무겁고 힘든 순간을 지나고 계시거나 가까운 분이 그런 상황에 있다면, 24시간 비밀이 보장되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로 언제든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첫걸음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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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3] 들지 않는 돌봄, 기술이 지켜야 할 것은 사람입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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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Mon, 01 Jun 2026 21:00:08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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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두 팔로 안아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욕실로 옮기는 일은 오랫동안 돌봄 현장의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정작 돌보는 사람의 허리와 무릎을 조금씩 무너뜨려 왔다는 사실은 좀처럼]]></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두 팔로 안아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욕실로 옮기는 일은 오랫동안 돌봄 현장의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정작 돌보는 사람의 허리와 무릎을 조금씩 무너뜨려 왔다는 사실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요양보호사 가운데 상당수가 60대 이상인 오늘날, 돌보던 이가 먼저 병을 얻어 일을 놓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사연이 아닙니다. 지난 5월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요양 현장에서는 바로 이 오래된 문제에 정면으로 답하려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돌봄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제로 한 인공지능(AI) 돌봄기기 시연회가 그것이며, 그 중심에는 시니어 케어 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케어로보틱스가 있었습니다.</p>
<p><strong>일본 현장에서 길어 올린 ‘들지 않는 돌봄’</strong></p>
<p>이날 시연을 이끈 인물은 케어로보틱스의 황재영 대표이사였습니다. 황 대표는 일본사회사업대학교(日本社会事業大学)에서 노인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로, 치매케어학회 총무이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치매전문교육강사 등을 맡으며 현장과 정책을 잇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의 강점은 초고령사회를 한발 앞서 겪은 일본의 돌봄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우리 현실에 맞게 풀어낸다는 데 있습니다.</p>
<p>이날 그가 가장 힘주어 설명한 개념은 노리프팅 케어(No-lifting Care), 곧 ‘들어 올리지 않는 돌봄’이었습니다. 거동이 어려운 시니어를 맨손으로 들어 옮기는 과정에서 돌보는 사람의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쌓이고, 그 결과 근골격계(筋骨格系)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옮길 때 이승보조기기를 활용하면 돌보는 이의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국제적으로도 연구가 축적되어 왔으며,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이 원칙을 제도로 정착시켰다고 황 대표는 전했습니다. 사람의 힘을 기계의 힘으로 대신해,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지 않고도 돌봄을 오래 이어가게 하자는 발상입니다.</p>
<p><strong>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일어서는 로봇, 그러나 만능은 아닙니다</strong></p>
<p>이러한 철학을 담아 케어로보틱스가 선보인 것이 스탠딩형 이승보조로봇입니다. 황 대표가 개발에 참여한 이 기기는, 앉은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사용자라면 손잡이를 직접 붙잡지 않더라도 몸에 두른 벨트의 힘으로 안전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손의 힘이 약한 시니어라도 무리 없이 기립을 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황 대표는 어떤 복지기기든 사용자의 몸과 마음 상태에 맞을 때 비로소 제 효과를 낸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스스로 앉기 어려운 와상(臥床) 상태라면 스탠딩형이 아니라 몸 전체를 천으로 감싸 들어 올리는 슬링(Sling)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기기를 무조건 권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에 맞는 도구를 골라야 한다는 신중함은, 기술을 다루는 이가 갖추어야 할 태도를 보여 줍니다. 케어로보틱스는 이러한 기기의 가격 문턱을 낮추는 데에도 힘을 기울여, 한 대에 300만 원 이하를 목표로 삼아 왔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너무 비싸 현장에서 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문제의식입니다.</p>
<p><strong>시니어가 시니어를 돌보는 시대</strong></p>
<p>이러한 시도가 주목받는 까닭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현실에 있습니다. 오늘날 돌봄 현장에서는 시니어가 또 다른 시니어를 돌보는 이른바 노노케어(老老介護)가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중증 수급자를 옮기고 씻기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깊어져 일을 그만두는 요양보호사가 적지 않고, 가정에서도 가족을 돌보던 보호자가 허리 통증을 견디지 못해 끝내 시설로 모실 수밖에 없는 사례가 이어집니다.</p>
<p>여기에 더해 지난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도록 돕는 돌봄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습니다. 이 법은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의 확충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기술의 활용까지 요구합니다.</p>
<p>그러나 현장에서 돌봄 종사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 줄 방안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부 장래인구추계에서는 2065년 무렵 전체 인구의 45퍼센트 안팎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돌볼 사람은 줄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느는 흐름 속에서, 기술을 공적 돌봄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p>
<p><strong>지원과 요구, 두 바퀴로 굴러야 합니다</strong></p>
<p>기술을 공적 돌봄에 들여오는 일은 두 원칙이 함께 갈 때 비로소 건강해집니다. 하나는 지원(Fördern)입니다. 검증된 보조기기가 현장에 닿도록 가격 부담을 덜고, 장기요양보험 급여 품목에 합리적으로 편입하며, 도입 비용을 적정하게 보태는 일이 그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요구(Fordern)입니다. 좋은 취지만으로 기기를 무분별하게 보급해서는 안 되며, 사용자의 상태에 맞는 도구인지 따지고 사용 전후의 변화를 객관적인 자료로 검증하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p>
<p>반가운 대목은, 이번 시연회가 새 기기를 구경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참여한 관계자들은 직접 기기를 체험한 뒤 가장 적합한 가정을 골라 실제로 사용해 보기로 뜻을 모았고, 주관 기관들은 사용 전후의 변화를 평가표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날 함께 소개된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이 돌보는 사람의 허리를 직접 보호한다면, 스탠딩 이승보조로봇은 들어 올리는 부담 자체를 줄여 줍니다. 보여 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로 효과를 확인하겠다는 실행 중심의 태도야말로, 공공 재원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는 길입니다.</p>
<p>기술은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돌보는 이의 몸을 지켜 그 온기가 더 오래 이어지게 할 수는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온 경험과 지혜가 존중받으려면, 그들을 돌보는 손길 또한 무너지지 않아야 합니다. 서대문에서 시작된 이 작은 걸음이 사람을 지키는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국가 돌봄 정책의 의미 있는 참고가 되기를 기대합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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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2] 일본의 식료품 소비세 0% 약속, &#8216;계산대 시스템&#8217;이라는 복병을 만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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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Sun, 31 May 2026 21:00:00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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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장바구니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약속은 어느 나라에서나 표심을 움직이는 강력한 한마디입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정치적 결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 일본의 사례가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식료품에]]></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장바구니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약속은 어느 나라에서나 표심을 움직이는 강력한 한마디입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정치적 결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 일본의 사례가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식료품에 매기는 세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던 일본 정부의 공약이 뜻밖에도 전국 매장에 깔린 계산대 시스템 앞에서 발이 묶였기 때문입니다.</p>
<p><strong>인기 공약을 가로막은 뜻밖의 장애물</strong></p>
<p>현재 일본은 식료품에 8%의 소비세(消費税)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0%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제는 숫자 하나를 바꾸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었습니다. 세율을 실제로 0%로 적용하려면 대형 유통 체인의 계산 시스템, 이른바 포스(POS) 단말기를 통째로 손봐야 한다는 사정이 드러난 것입니다. 시스템 업계에서는 세율을 새로 설정해 전국 매장에 일괄 반영하는 작업에만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매장마다 단말기와 정산 체계가 제각각이어서, 이를 모두 맞추는 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p>
<p><strong>&#8220;계산대 탓&#8221;으로 돌린 총리, 그리고 시간표 압박</strong></p>
<p>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自由民主党)은 지난 2월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물가 상승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이 약속은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공약대로라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인하를 시작해야 합니다. 야당이 구체적인 시행 시간표를 내놓으라고 압박하자, 총리는 지연의 책임을 계산대 시스템 탓으로 돌렸습니다. 정작 정책의 발목을 잡은 것이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매장의 단말기였다는, 다소 머쓱한 장면이 연출된 셈입니다.</p>
<p><strong>&#8216;1% 절충안&#8217;과 &#8216;세액공제 전환론&#8217;, 그 뒤에 놓인 5조 엔</strong></p>
<p>해법을 둘러싼 논의도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한쪽에서는 세율을 아예 0%로 만드는 대신 1%만 남겨 두자는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세율이 완전히 사라지면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하지만, 1%라도 남겨 두면 기존 체계를 비교적 수월하게 손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인하안 자체를 접고, 일정 소득 이하 가구에 세금을 돌려주는 환급형 세액공제(refundable tax credit) 방식으로 방향을 틀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p>
<p>이 모든 논의의 바탕에는 만만치 않은 재정 부담이 자리합니다.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면제할 경우 일본 정부가 포기해야 하는 세수는 한 해에만 약 5조 엔(약 48조 원, 2026년 5월 말 100엔당 약 966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미 국가 부채가 무거운 일본의 재정 형편을 고려하면 결코 가벼운 규모가 아닙니다. 인기 있는 공약이 현실의 행정·기술 절차와 재정 여건 앞에서 어떻게 미뤄질 수 있는지를, 이번 사례가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p>
<p><strong>한국의 시니어가 새겨 둘 만한 대목</strong></p>
<p>이번 소식은 이웃 나라의 이야기이지만, 고정된 연금 소득으로 생활하시는 시니어에게 식료품 가격과 세금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같은 장바구니라도 세금이 어떻게 붙느냐에 따라 한 달 생활비가 적지 않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쌀과 채소, 과일, 손질하지 않은 정육처럼 가공하지 않은 기본 식료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VAT)를 매기지 않는 면세 제도를 이미 두고 있습니다.</p>
<p>반면 가공식품이나 외식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붙습니다. 같은 재료라도 가공 정도에 따라 체감 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직접 손질해 드실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하시면 알뜰한 장보기에 도움이 됩니다. 세금이나 연말정산, 각종 공제 제도가 궁금하실 때는 국세청 국세상담센터(국번 없이 126)에서 무료로 안내를 받으실 수 있고, 생활비 부담이 크게 느껴지신다면 거주지 행정복지센터나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를 통해 기초연금과 에너지바우처 등 받으실 수 있는 복지 혜택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p>
<p><strong>약속은 실현될 수 있어야 약속입니다</strong></p>
<p>이번 일이 우리에게 건네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약속이든 복지를 늘리겠다는 다짐이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시행할 수 있는 수단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는 두텁게 지원하되, 그 재원과 절차만큼은 냉정하게 따져 보는 균형이야말로 책임 있는 정책의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p>
<p>시니어 세대께서는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눈앞의 큰 숫자에 마음이 흔들리기보다, 그것이 정말 지켜질 수 있는 약속인지 차분히 헤아리는 지혜 말입니다. 제도의 속내를 정확히 이해하고 침착하게 활용하는 것, 그것이 흔들리는 물가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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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1] 길어진 노후, 누가 지탱할 것인가 — 독일의 &#8217;70세 연금&#8217; 제안이 던지는 질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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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Sat, 30 May 2026 21:00:32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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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한 세대만큼 길어진 노년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반가움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노년이 인생의 짧은 마무리가 아니라 한 세대에 가까운 긴]]></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trong>한 세대만큼 길어진 노년</strong></p>
<p>사람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반가움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노년이 인생의 짧은 마무리가 아니라 한 세대에 가까운 긴 여정으로 바뀌면서, 그 시간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떠받칠 것인가 하는 물음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독일 경제 언론에서 다시 제기된 한 가지 제안은 바로 이 물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어, 우리 시니어 독자에게도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안깁니다.</p>
<p><strong>독일에서 다시 불붙은 &#8217;70세 연금&#8217; 논의</strong></p>
<p>독일의 시사 매체 슈테른(stern)의 경제 에디터 마티아스 우르바흐(Matthias Urbach)는 2026년 5월 28일 자 지면을 통해, 법정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단순하면서도 묵직합니다. 오늘날 독일에서 65세에 이른 남성은 평균 17년 6개월가량을, 여성은 약 21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반세기 전과 견주면 같은 65세 시점의 추가 수명이 남녀 각각 약 5년씩 길어진 것입니다.</p>
<p>우르바흐 에디터는 수명이 늘어났다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 또한 그에 맞추어 미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은 대체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을 지니는 경향이 있는 데다, 연금 개시 연령을 그대로 두면 한 사람이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어져 제도 전체의 비용이 그만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17년 6개월이 아니라 18년 6개월 동안 연금을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전체 지출이 5%가량 늘어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합니다.</p>
<p><strong>부과방식의 한계와 줄어드는 젊은 세대</strong></p>
<p>이러한 진단의 바탕에는 독일 연금 제도의 구조가 자리합니다. 독일의 법정 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곧바로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과방식(Umlageverfahren)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나 출산율이 수십 년에 걸쳐 떨어지면서 보험료를 부담할 젊은 세대가 줄어들었고, 그 빈자리를 세금 투입과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우르바흐 에디터는 이 방식이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p>
<p>실제로 독일은 2012년부터 연금 개시 연령을 해마다 조금씩 늦춰 왔습니다. 2026년 현재 정규 개시 연령은 66세 4개월이며, 2031년에는 67세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그 뒤로는 67세에서 고정되지만, 우르바흐 에디터는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한 이 동결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대안이 매년 최대 2개월씩 천천히 미루어 70세까지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이러한 점진적 연동이야말로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개혁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p>
<p><strong>한국 국민연금과 정년 논의의 현주소</strong></p>
<p>독일의 이 논의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국 역시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가 맞물리며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오랜 토론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 연도에 따라 만 63세에서 65세까지 다르며,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됩니다. 또한 법정 정년 만 60세와 연금 수급 시기 사이에 벌어지는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정년을 만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6년부터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기존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인상되어, 2033년에는 13%에 이르도록 개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p>
<p><strong>지원과 요구, 그 균형 위에서</strong></p>
<p>이 대목에서 우리는 차분한 균형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추고 정년을 늘리는 일은, 자칫 시니어에게 더 오래 일하라는 부담만을 떠안기는 조치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은 어느 사회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것도, 시니어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온당한 해법은 아닙니다.</p>
<p>중요한 것은 일할 것을 요구하기에 앞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마련하는 일입니다. 건강한 일자리와 합당한 처우, 그리고 오랜 경험을 사회가 제대로 활용하는 통로가 갖추어질 때, 길어진 노년은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 됩니다. 시니어 세대는 사회를 지탱해 온 경험과 지혜의 담지자이며, 그 안정감이야말로 공동체가 함부로 흔들리지 않게 붙드는 힘입니다.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설계하고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각자의 노후 계획에 반영해야 할 현실입니다. 독일의 제안은 그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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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편집장 칼럼 #081] &#8216;브레인 롯(brain rot)&#8217; 현상, 피로한 청년 세대의 조용한 외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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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Fri, 29 May 2026 23:00:16 +0000</pubDate>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category><![CDATA[편집장 칼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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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한밤중까지 짧은 영상 응용 프로그램을 손가락으로 넘기고 또 넘기는 한 청년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초현실적인 그림이 알 수 없는 외국어 억양으로 무의미한 말을 늘어놓고, 곧이어 생산성을 조롱하는]]></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한밤중까지 짧은 영상 응용 프로그램을 손가락으로 넘기고 또 넘기는 한 청년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초현실적인 그림이 알 수 없는 외국어 억양으로 무의미한 말을 늘어놓고, 곧이어 생산성을 조롱하는 듯한 짧은 영상이 이어집니다. 댓글창에는 해골 모양 그림 문자와 함께 &#8220;브레인 롯(brain rot)의 정점&#8221;이라는 표현이 줄지어 올라옵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8216;뇌가 썩어 가는 듯한 상태&#8217;에 가까운 이 단어가, 지금 세계 청년 세대의 일상을 압축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p>
<p><strong>해외 사례에 비춰 본 새로운 해석</strong></p>
<p>&#8216;브레인 롯&#8217;은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2024년 &#8216;올해의 단어&#8217;로 선정한 뒤 폭발적으로 확산된 신조어입니다. 지난 5월 24일 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16면 독자 투고란에는 그리스 아테네에 거주하는 한 독자가 이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비평가들이 &#8216;인지적 쇠퇴&#8217;와 &#8216;정신적 안개&#8217;라고 한탄해 온 이 흐름이 사실은 무의미한 소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최적화하려는 동시대 문화에 대한 청년들의 유쾌한 거부, 즉 일종의 저항 문화에 가깝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끝없는 진지함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함께 내쉬는 한숨이라는 것입니다.</p>
<p><strong>거대한 피로, 그 구조적 원인</strong></p>
<p>이 독자가 사용한 &#8216;거대한 피로(great fatigue)&#8217;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합니다. 끝없이 늘어나는 구독 서비스 청구서, 사용자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작동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짓누르는 경제적 부담이 청년 세대의 일상을 포위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모든 것이 &#8216;참여(engagement)&#8217; 지표로 환산되고 측정되는 시대에, 알파 세대와 Z세대, 그리고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의도적으로 무의미한 짧은 영상을 소비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일종의 반(反)생산적 반란의 성격을 띤다는 해석입니다.</p>
<p>비슷한 흐름은 동아시아에서도 관찰됩니다. 압박감 대신 낮잠을 택하겠다는 중국 청년들의 이른바 &#8216;쥐띠 인간(rat people)&#8217; 현상, 그리고 새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Z세대의 &#8216;쇼핑 안 하기 챌린지(no buy challenge)&#8217; 역시 같은 뿌리에서 자란 반(反)분투의 흐름이라고 워싱턴 포스트 독자는 지적하였습니다.</p>
<p><strong>한국 사회가 마주한 질문</strong></p>
<p>한국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청년 실업과 주거 비용,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부담은 이미 수년째 사회 전체의 화두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 몸으로 익혀 온 근면과 성실, 그리고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견뎌 내는 인내의 덕목은 분명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토대였습니다. 다만 그 덕목이 청년 세대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기에는, 그들이 마주한 노동 시장과 디지털 환경이 이전 세대의 그것과는 너무도 달라졌습니다.</p>
<p>그럼에도 분명히 짚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농담을 공유하며 잠시 무거움을 가볍게 만드는 행위가 정신적 휴식의 한 형태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피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해당 독자 또한 어리석음 그 자체가 피로를 풀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였습니다. 잠시 견디고 비웃고 함께 나누는 의식(儀式)일 뿐, 해법은 아니라는 뜻입니다.</p>
<p><strong>지원과 요구, 그 균형의 회복</strong></p>
<p>시니어 세대가 청년들의 &#8216;브레인 롯&#8217; 현상을 마주할 때 필요한 태도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그들이 견디고 있는 사회적 피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따뜻하게 지원(Fördern)하는 일이며, 둘째는 그렇다고 해서 책임과 자기 절제라는 보편 가치까지 면제될 수는 없다는 점을 단단히 요구(Fordern)하는 일입니다.</p>
<p>조롱과 풍자로 한 시기를 견디는 것은 가능하나, 한 세대의 삶 전체를 그것에 의지하여 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청년의 외침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되, 동시에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지켜 온 안정과 질서의 가치까지 함께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일, 그것이 오늘의 시니어 세대에게 남겨진 책임이라 하겠습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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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70] AI가 쓴 소설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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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Fri, 29 May 2026 21:00:13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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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소설상 수상작에 드리워진 의혹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마침내 소설까지 써 내려가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기술의 진보를 환영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예술의 본령(本領)이 흔들린다는 우려 또한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trong>소설상 수상작에 드리워진 의혹</strong></p>
<p>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마침내 소설까지 써 내려가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기술의 진보를 환영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예술의 본령(本領)이 흔들린다는 우려 또한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게재된 스티븐 부시(Stephen Bush) 칼럼니스트의 글은 이 논쟁의 무게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습니다. 기계가 무엇을 쓰느냐보다, 인간이 무엇을 좋다고 판단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p>
<p><strong>문학상이라는 인간의 영역에 균열이 가다</strong></p>
<p>사건의 발단은 올해 커먼웰스 단편소설상(Commonwealth Short Story Prize)의 카리브해 지역 수상작으로 선정된 단편 「숲속의 뱀(The Serpent in the Grove)」입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으로 알려진 작가 자밀 나지르(Jameel Nazir)의 작품인데, 발표 직후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AI가 작성한 글의 특유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다섯 편의 지역 수상작 전문을 게재하는 문학 잡지 그란타(Granta)는 이 작품을 미국 앤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생성형 AI 클로드(Claude)에게 의뢰하여 자체 분석을 진행하였고,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나오기 어려운 수준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회의적 결론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작가 본인은 AI 사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얻은 영감으로 쓴 글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p>
<p>부시 칼럼니스트는 이 작품을 직접 읽고 어색한 비유와 과장된 수식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작품의 완성도 자체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비판은 작가나 AI를 향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던진 핵심 질문은 분명하였습니다. 이 작품이 정말 인간에 의해 쓰였는가가 아니라, 이 작품이 정말 인간에 의해 심사되었는가라는 것입니다.</p>
<p><strong>판단력을 기계에 위임하는 시대의 그림자</strong></p>
<p>부시 칼럼니스트의 통찰은 우리 시대의 깊은 곳을 찌릅니다. AI가 인간을 모방하여 글을 짓는 일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판단을 기계에게 위임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란타가 작품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AI에게 다시 AI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하였다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인간 편집자가 자신의 안목과 직관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고, 기계가 내려 준 진단서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판단을 외주화한 셈이기 때문입니다.</p>
<p>부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지시문을 거듭 수정해 가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예술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결과물이 예술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일만큼은 결코 다른 누구에게도, 더욱이 기계에게는 넘겨서는 안 될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독서의 본질은 글자를 따라 읽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마주하며 스스로의 상상력과 판단력을 작동시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p>
<p><strong>시니어 세대가 지켜 온 &#8216;스스로 판단하는 힘&#8217;</strong></p>
<p>이 논의는 시니어 독자께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검색은 챗봇이, 글쓰기는 AI 도구가, 의사결정은 알고리즘이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편리함이 늘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스스로 묻고 따지고 결론을 내리는 능력을 조용히 내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p>
<p>오랜 세월 삶의 풍랑을 헤쳐 온 시니어 세대는 누구보다도 스스로 판단하는 일의 무게를 잘 아는 분들이십니다. 가족을 부양하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옳고 그름을 가려 후세에 물려줄 가치를 지켜 온 그 모든 과정이 곧 인간 판단력의 축적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옳으며 무엇을 후대에 남길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정은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p>
<p><strong>도구는 도구일 뿐, 판단은 사람의 것</strong></p>
<p>AI는 우리의 손과 발이 미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도구의 본래 목적은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 주고, 우리의 안목을 더 예리하게 다듬도록 돕는 데 있어야 합니다. 판단의 권한까지 기계에 양도하여 그 능력이 녹슬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술 발전이 가져올 가장 큰 손실일 것입니다.</p>
<p>소설 한 편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무엇이 좋은 글인지, 무엇이 옳은 길인지, 무엇이 의미 있는 삶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인간됨의 핵심입니다. 도구의 편리함은 충분히 누리되, 사람으로서의 판단력만큼은 끝까지 우리 손에 쥐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살아온 삶의 결이야말로 그 판단력의 가장 든든한 토대임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새겨 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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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69] 바벨인가 예루살렘인가 — 교황 레오 14세 첫 회칙이 시니어 세대에 건네는 통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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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Thu, 28 May 2026 21:00:24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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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부제 ─ 인공지능 시대, 한계가 도리어 인간성을 빛나게 한다 가속하는 인공지능, 흔들리는 인간의 자리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챗봇이 글을]]></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3 class="subheading">부제 ─ 인공지능 시대, 한계가 도리어 인간성을 빛나게 한다</h3>
<p><strong>가속하는 인공지능, 흔들리는 인간의 자리</strong></p>
<p>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챗봇이 글을 쓰고, 영상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며, 머지않아 가정용 돌봄 로봇이 시니어의 하루를 살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떠오르는 시점입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인공지능과 인간성, 돌봄과 존엄의 문제는 시니어 세대에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p>
<p><strong>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 &#8216;위대한 인류&#8217;</strong></p>
<p>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5월 25일 교황 레오 14세는 즉위 후 첫 회칙(回勅) &#8216;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류)&#8217;를 공표했습니다. 교황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가 맞이한 선택을 성경 속 두 도시, 곧 &#8216;바벨&#8217;과 &#8216;예루살렘&#8217;의 비유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바벨이 기술적 오만(hubris)이 낳은 혼돈의 상징이라면, 예루살렘은 바빌론 유수(幽囚) 이후 느헤미야의 주도 아래 공동체의 관계를 먼저 회복하고 그다음에 도시를 다시 세운 협력의 상징이라는 것입니다. 회칙의 핵심은 단순한 &#8216;기술 찬반&#8217; 논쟁이 아니라, 어떤 인간상(人間像)을 전제로 어떤 기술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이냐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p>
<p><strong>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없는 것</strong></p>
<p>위겔의 칼럼이 전하는 회칙의 가장 날카로운 대목은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본질적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와 같은 시스템은 인간 지능의 특정한 기능을 모방하며, 속도와 연산 능력에서는 인간을 능가합니다. 그러나 그 힘은 데이터 처리에 묶여 있을 뿐, 신체를 통한 경험, 기쁨과 고통의 감각, 관계 속에서의 성숙, 사랑과 책임의 내적 의미, 그리고 선악을 판단하는 도덕적 양심에는 닿지 못한다는 것이 교황의 진단입니다. 인공지능은 공감과 이해를 흉내 낼 수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물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교황은 디지털 네트워크가 멀리 떨어진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환영하면서도, 인간을 기술로 초월하려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과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의 기획에 대해서는 분명한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고 전해집니다.</p>
<p><strong>한계 속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인간성</strong></p>
<p>회칙에서 시니어 세대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8216;한계&#8217;로 받아들이는 무능력, 질병, 노령, 고통, 그리고 취약함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성이 발현되는 자리라는 가르침입니다. 타인의 필요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마음, 어둠 한가운데서도 솟아나는 관대함, 영적 경험과 신앙은 모두 &#8216;한계&#8217;라는 토양 위에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위겔이 전하는 회칙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아이를 통해 가족이 더 깊어진 경우, 상처 입은 영혼이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 정신과 의사들, 그리고 치매로 약해진 시니어에게 정교하고 극진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의 자리를 구체적인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자리가 실리콘밸리의 어떤 알고리즘도 복제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고결함이 피어나는 현장이라는 것입니다.</p>
<p><strong>한국 사회와 시니어 세대에 주는 시사점</strong></p>
<p>이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가족 구조의 변화와 1인 시니어 가구의 급증, 치매 인구의 가파른 증가 속에서 &#8216;돌봄의 위기&#8217;는 사회적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인공지능과 돌봄 로봇을 해법의 한 축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교황의 회칙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p>
<p>인공지능이 돌봄의 &#8216;효율&#8217;을 높일 수는 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8216;관계&#8217;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온 삶의 경험, 가족과 이웃을 향한 책임감, 공동체를 지탱해 온 도덕적 감각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의 자산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빨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 즉 가정의 질서와 사회의 안전,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예절은 오히려 시니어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p>
<p><strong>마무리 ─ 인공지능 시대에 시니어가 서야 할 자리</strong></p>
<p>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간의 존엄은 국가가 부여하는 혜택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양도할 수 없는 내재적 가치라는 점입니다. 또한 진정한 진보는 타인에게 열린 마음, 귀 기울이는 지성, 그리고 나누기보다 결합하기를 택하는 의지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p>
<p>기술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무턱대고 배척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시선, 합리적 기준 위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되 사람 사이의 관계와 책임이라는 오래된 토대를 잃지 않는 자세야말로, 시니어 세대가 인공지능 시대 한국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Fördern)이며 동시에 다음 세대에 요구(Fordern)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기도 합니다.</p>
<p>바벨의 길로 갈 것인가, 예루살렘의 길로 갈 것인가. 그 선택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내리는 것이며, 인생의 한계와 깊이를 모두 통과한 시니어 세대야말로 그 선택의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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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침마다 지혜 #368] 호실적의 그림자, &#8216;호국신산&#8217; TSMC에서도 터진 보상 불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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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kimhyeongrae]]></dc:creator>
		<pubDate>Wed, 27 May 2026 21:00:54 +0000</pubDate>
				<category><![CDATA[아침마다 지혜]]></category>
		<category><![CDATA[출간 준비 중]]></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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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사상 최대 실적과 성과급 삭감설의 모순, 맞물린 동아시아 반도체 노동 현장의 새 풍경 대만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TSMC(대만 적체전로 제조)에서 사상 최대 실적과 직원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동시에 표면화되고]]></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h3 class="subheading">사상 최대 실적과 성과급 삭감설의 모순, 맞물린 동아시아 반도체 노동 현장의 새 풍경</h3>
<p>대만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TSMC(대만 적체전로 제조)에서 사상 최대 실적과 직원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동시에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과 대만 경제지의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이 회사는 올해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회사 내부에서는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국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행보를 본받아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합니다.</p>
<p><strong>사상 최대 실적 속에 번진 성과급 삭감 우려</strong></p>
<p>TSMC가 4월에 발표한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1% 늘어난 1조 1341억 대만달러(약 52조 9000억 원), 순이익은 58.3% 급증한 5725억 대만달러(약 26조 7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424억 대만달러(약 25조 30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8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순이익 성장률 기록을 이어간 결과입니다. 3나노미터(10억분의 1m)·5나노·7나노 공정 등 첨단 공정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74%에 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p>
<p>그러나 대만 경제매체 자유재경(自由財經)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호실적과는 별개로 TSMC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중심으로 직원 성과급이 삭감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그 폭이 최대 15%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성과급 지급 정책을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p>
<p><strong>12개 신공장 동시 건설, 막대한 자본투자가 배경</strong></p>
<p>성과급 삭감설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글로벌 생산 거점의 동시다발적 확장이 지목됩니다. 현지 매체는 미국을 비롯한 12개 신규 반도체 공장을 동시에 건설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성과급 삭감설의 배경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실제로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에 첫 반도체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1650억 달러(약 2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했고, 향후 애리조나 일대를 약 12개 공장 규모의 생산 거점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p>
<p>여기에 더해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는 인피니온·보쉬·NXP 등 유럽 기업들과 합작한 ESMC를 통해 100억 유로(약 17조 원) 규모의 팹(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월 4만 장의 300mm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춰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 공장 역시 가동 중이거나 추가 증설이 진행되고 있어, 자본 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커진 상황입니다.</p>
<p>이러한 거대한 투자 흐름은 결국 단기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회사로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거점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지만,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첨단 공정의 강도 높은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그 결실이 자신들에게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박탈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p>
<p><strong>대만 직원들의 격앙된 반응, &#8220;이제는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할 때&#8221;라는 발언까지</strong></p>
<p>원 보도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SNS 게시 내용이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회사가 내부 경영 방식대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바꾸어 버린다는 비판,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일하는데 결국 주주들을 위해 보너스가 깎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 그리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업무용 협업 도구인 팀스(Teams)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해 달라는 노동 강도 호소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파업 추진이 위법한지를 묻거나, 이제는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p>
<p>특히 대만에서 &#8216;호국신산(護國神山)&#8217; 즉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리는 TSMC의 내부 분위기로서는 이례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다고 하여 모든 이익을 즉시 직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래 투자와 고용 안정을 함께 고려할 때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첨단 공정의 고강도 노동을 감내하는 현장 인력의 노고를 단순한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면 장기적인 경쟁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p>
<p>회사가 어려울 때는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가 성장할 때는 그 성과가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돌아갈 때 비로소 조직이 오래 갑니다. 이는 감정적 요구나 일방적 양보가 아니라, 성숙한 노사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p>
<p>TSMC의 이번 진통은 동아시아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과정이 감정적 충돌이나 무리한 단체 행동으로 비화하기보다는, 객관적 자료와 합리적 기준에 근거한 협상으로 풀려나가기를 기대합니다.</p>
<p>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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