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발보아] It ain't over 'til it's over!

1976년 그리고 30년 후, 2006년

록키 발보아.  조금은 늙고 지친 모습이지만 그때의 열정을 제대로(!) 안고 30년 만에 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에이콘은 지금 3월초에 출간예정을 잡고 있는 『레일스 프로그래밍 가이드』의 막바지 편집 작업에 열중입니다. 저자 황대산님과 편집 작업을 하고 있던 지난 주 어느 평일 저녁, 사장님께서 깜짝 이벤트로 예매해주신 영화표를 들고 극장에 단체로 가서 록키 발보아를 보고 왔습니다. 책 한 권을 끝내도 한동안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과의 여운이 끊이지 않는데 30년 동안 한 캐릭터에 몰입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싶습니다.

흔히 이 영화에 대해서 평하는 이야기이지만 영화의 줄거리가 그닥 탄탄하지도 않고, 오히려 결말이 뻔히 내다 보이는 그런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저릿한 건 왜였을까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내고 가슴에 끓어오르는 야수를 잠재우지 못하는 록키.

한 대 세게 내려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맞고 쓰러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거야.

주옥 같지는 않아도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동감할만한 말들을, 자신의 몇 십년 인생에서 가슴에 품었던 회한을 자신의 페르소나인 록키의 입을 빌어 내뱉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대사가 가슴을 쳤던 거겠죠.

"완전히 끝내기 전엔 끝난 게 아냐"라는 말이 있지.

"내가 살아있음"을 간절히 확인하고 싶었던 록키가 마지막 장면에서 관중을 향해 손을 불끈 쥐어 올리고 맑게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내 가슴도 뭉클하고 눈시울은 촉촉해지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되어도 지금은 사라진 것 같았던 야수가 다시 살아나 록키를 괴롭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아마도 복싱이 아닌 다른 것에 열정을 쏟고 그 정열을 승화하겠지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록키 발보아의 뒷이야기까지 염려하다니 제가 너무 영화에 몰입(!)하고 감정을 이입했던 걸까요. --;

어쨌든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그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하는가는 평생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일 것 같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은 참 길거든요. 그래도 어디든 끝은 있을 테지만요.

주제곡인 Gonna Fly Away가 흘러나오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록키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환호하는 모습에 흐뭇한 표정으로 그냥 의자에서 일어서 후딱 나오지는 마세요.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록키의 뒷 모습을 한번 더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평생을 잊지 못하고 사랑한 여인 "에이드리안!!!"을 외치던 젊은 날의 록키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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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혹| Feb 23, 2007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한물 간' 이 영화, 마지막 시리즈의 제작을 말렸다고 하지요. 하지만, 망해도 좋을 만큼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록키의 아름다운 퇴장을 지켜주고 싶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결코 흥행과 돈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더 감동이 왔을 듯합니다. ^^;

  • 에이콘| Feb 26, 2007

    가슴에 전기가 감전된 듯 . 내내 "지릿지릿"하더군요. -.-